쓰다

새로운 계절

xoyoungzo 2019. 11. 17. 11:53

 

 

가을의 정점, 겨울의 초입에서

한 해를 살아내고 달게 익은 열매와

때를 알고 낙하하며 부숴지는 것들을 본다.

삶의 비밀이 드러나고 오해들을 바로 잡아야 하기에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갑절 이상의 마음을 쓴다.

오로지 나 자신이 삶의 중심이며 주인이었을 때의

거센 갈등과, 죽음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던 일

인간이라는 운명과 우주의 다반사를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처절한 무력감, 패배적인 자아.

지푸라기같이 나약하고 나처럼 무력한 동지에게

모든 정성과 시간을 들였던 일. 그것에서 오는 배반과 외로움.

이런 것들을 먼지를 닦고 보듬듯이

천천히 들추어보고 다그치며 위로한다.

무겁지만 절대적이고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소망을 느낀다.

새로운 계절을 기다린다.

그곳에 쏟아질 사랑과 영화로운 생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