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애플 갈레뜨

xoyoungzo 2019. 12. 1. 11:21

 

 

오븐을 사용하는 날은 난방을 켜지 않아도

집안 공기가 후끈 달아올라 좋다

예열할 때부터 동화 속 가정집처럼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혼자서는 두 번째 만들어보는 파이

경험이 없는 만큼 익숙한 요리를 할 때보다 긴장하게 된다

지난번 만들었을 때보다 파이지의 느낌이

레시피 설명과 맞아떨어져서 잘 밀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오븐을 열어보니 아무래도 밑에 구멍이 났나 보다

설탕물이 새어 나와 시커먼 캐러멜이 되어있다

달콤한 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무엇을 보며, 들으며 파이를 먹을까

오븐을 기웃거릴 때 어린아이처럼 들뜨는 마음이 재밌다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면서 샤워를 하는 동안에는 왠지 급한 동작들

시간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에 오븐처럼 파이가 들어차 있다

창문을 열고 파이에 겨울바람을 맞혀 식힌다

수납할 곳이 없어 떠도는 복잡한 화구들 틈에 어색하게 자리 잡고 식어가는

그 풍경도 나름 재밌게 보인다

두 시간을 식혀 먹으라고 하는데, 무슨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