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정선에서

xoyoungzo 2019. 11. 17. 11:25

 

 

구수하고

찝찌름한

된장 국물

숨 죽은 나물에

비벼진 밥알을

씹는다

 

청록색의

짙은

천 자락

주름처럼

느긋하고

품위 있는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서

김치 한 조각

국물 한 술

떠 넣는다

 

위에서 바라보면

힘 있게

휘어진 강줄기도

눈높이를 같이 하니

산을 마주할 때

위엄이 느껴지는 마음에

작은 무게와

다정한 안심을 준다

 

고개를 들면

반은 산

반은 하늘인 것을

답답해하지 않고

산에 있는 풀을 뜯어다가

먹을거리 삼은

과거의 정신이

어린 속에

뭉쳐진 것을

개운하게

부드럽게

녹인다

 

자연의 품에

연못처럼

안긴

마을과

천지의 균형에

입을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