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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가 끓기를 기다리면서
어젯밤 보았던 내 어린 시절
서울에 두고 온 가족들
지난 삼 주간 배운 것
앞으로 연말까지의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쓸까
생각했다
묵은 찻잎을 우리는 것이
마른 채소와 생선을 넣고 육수를 내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도 생각했다
먹고 마시는 일을 신중하게 하면서
서두르지 않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
한 해 동안 쏟아져내린 축복과
새 생명을 얻음에
잠잠히 고개를 숙이며
고마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아야지
이천십구 년의 시작이
현재를 예고하지 못했듯이
그다음 해도 운전대에 가볍게 손만 얹고
최선의 것을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