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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깨끗하다
길 건너 아파트 단지 위로 뭉게구름이
산등성이처럼 굵직하게 우릴 내려다본다
작은 쉼터 주변을 산책 삼아 빙빙 걷는다
왜 병원에만 오면 세상 섭리가 쉽게 받아들여지는지
우리의 유한성이 민낯처럼 드러난다
암, 종양, 농양, 염증, 부러지고 꺾인 몸에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볕과 바람을 쏘이는 사람들
걸음에 마른 낙엽이 차인다
조금만 더 청량한 가을 공기를 들이마시자
감이 붉게 익어간다
푸른 기억에 황혼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