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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는 물에 한 번 헹구어 뿌리로부터 청을 잘라냅니다.
청을 뿌리에 약간 남겨둘 때 그 모양새가 머리를 짧게 자른 아이처럼 참 귀엽고 보기 좋습니다.
자른 청은 식촛물에 잠깐 담가 둡니다.
그동안 채소를 닦는 솔로 뿌리를 살살 문질러가며 흐르는 물에 흙과 먼지를 씻어냅니다.
깨끗하게 손질된 뿌리는 먹기 좋게 반 혹은 반의 반 크기로 자릅니다.
그것을 굵은소금 한 줌과 버무리듯 섞어줍니다.
뿌리가 무르는 동안 식촛물에 담가 둔 청을 다시 시원한 물로 헹구어 건조합니다.
청은 물김치로 뿌리는 깍두기처럼 만들 겁니다.
<순무 김치>
절구에 깐 마늘을 작게 조각내어 넣습니다. 생강은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게 넣어줍니다.
정성스럽게 빻습니다. 완전히 바스러지지 않아도 됩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른 마늘 조각이 주는 향과 맛도 좋아요.
사용한 절구에 저는 집에 있는 대로 멸치진젓과 베트남식 맑은 멸치액젓을, 진젓 조금 액젓을 진젓의 두 배 넣었습니다만
어떤 종류이든 새우젓은 새우젓대로 또 맛있는 김치가 되겠지요.
매실액과 간수를 뺀 굵은소금도 한 수저 넣고
고춧가루와 말린 고추씨도 넣습니다.
차게 식힌 육수가 있으면 그것을 조금 넣어도 되지만 저는 생수로 대신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절구 안에서 잘 섞어줍니다.
절인 뿌리를 만져 보고 물에 헹구어 먹기도 해 봅니다.
끝이 조금 부드러워지고 짭짤한 맛과 뿌리 속 단맛이 섞여 올라오면 찬물에 두 어번 잘 헹굽니다.
넉넉한 그릇에 담아서 절구에 든 양념과 버무립니다.
용기에 담아 원하는 익힘 정도에 맞게 실온에 보관합니다.
<무청 물김치>
마늘을 얇게 편으로 자릅니다. 생강도 적은 양을 편으로 준비합니다.
생수 또는 차가운 육수에 마늘과 생강, 사과식초, 레몬즙, 액젓, 소금, 매실액 또는 설탕을 넣습니다.
고추씨를 넣으면 국물 맛이 더 시원해집니다.
고운 망에 고춧가루를 풀어 국물에 붉은색을 입힙니다.
용기에 청을 엉키지 않게 담고 그 위로 국물을 부어줍니다.
청이 둥둥 뜨면 무게가 될 만한 그릇으로 눌러주세요.
원하는 익힘 정도에 맞게 실온 보관합니다.
뜨거운 라면 한 그릇에 함께 내어 먹어봅니다.
뿌리는 은은하고 달게 추운 계절을 반기고
줄기와 그 잎은 새콤하게 고마웠던 푸른 계절을 상기시킵니다.
초겨울 아침 시린 공기와 잘 어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