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이 좋다. 짭짤한 속 재료와 새콤달콤한 밥을 바다의 향기가 나는 김이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참기름을 먹기 위해 김밥을 말기라도 하는 것처럼 충분히 바르면 씹는 동안 고소한 향이 콧등에 머무르니 황홀한 기분이 든다.
사 먹기만 하다가 시집와서야 잔반처리를 위해 김밥을 만들게 되는데밥을 일정한 두께로 깔거나 밥의 끝과 끝이 만나도록 반듯한 김밥을 만드는 것,
여밈이 풀리지 않게 썰어내는 것이 꽤 고난도의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채를 볶다가, 잘 썰어보려고 칼을 갈다가, 문득문득 뷔페에서 김밥을 지나치지 못하고 꼭 접시에 옮겨 담아오던 일,김밥이나 먹을까?라는 질문을 들으면 간단히 때우자는 질문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던 일 등 사소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오늘의 김밥은 밥 위에 명이 장아찌를 깔고 다진 소고기 볶음과 캐러멜라이즈 한 샬롯을 올려 만 것.거기에 며칠 된 겉절이를 한 점씩 곁들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