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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찝찌름한
된장 국물
숨 죽은 나물에
비벼진 밥알을
씹는다
청록색의
짙은
천 자락
주름처럼
느긋하고
품위 있는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서
김치 한 조각
국물 한 술
떠 넣는다
위에서 바라보면
힘 있게
휘어진 강줄기도
눈높이를 같이 하니
산을 마주할 때
위엄이 느껴지는 마음에
작은 무게와
다정한 안심을 준다
고개를 들면
반은 산
반은 하늘인 것을
답답해하지 않고
산에 있는 풀을 뜯어다가
먹을거리 삼은
과거의 정신이
어린 속에
뭉쳐진 것을
개운하게
부드럽게
녹인다
자연의 품에
연못처럼
안긴
마을과
천지의 균형에
입을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