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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를 양쪽으로 넓게 벌리고
여유 있게 앉으려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는 사내
우편배달부 차림을 하고 있다
미간에 패인 피로와
반달 모양으로 처진 입꼬리
다리 사이 공간을 좁히면서 일그러지던 표정들은
금세 불편은 잊어버린 듯
어딘가 잠긴 듯 모호하다
오늘따라 길에서 누군가 앞을 가로막는 듯한
답답한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들의 인상이 펴지는 것을 몰래 관찰하다가
내 짜증이 어디서 왔는가 알 것 같아진다
리듬은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살아지는 흐름에는 실수가 없다
내가 실수를 할 수는 있어도
그것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데 쓸모 있게 쓰인다
그런 굴곡을 타고 있을 뿐이다
같은 칸에 탄 아이가 울고 있다
코를 훌쩍이는 아저씨가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우편배달부는 아직 어디론가 가고 있다'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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