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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구름에 걸린 앙상한 가지
옅은 봄바람
낮의 온기를 느끼네
그 감각이 무뎌질 즈음
푸른 하늘에 번지는
뜨거운 계절의 기억
좋아하는 사람의 달아오른 콧방울
따뜻하게 식은 와인 반 잔
입안 가득 달콤하게 터지던 토마토의 감촉에
침을 삼키네
어디론가 갈 수 있다면 가겠고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세계를 누비고
계절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것도
벗이 없다면 한낮 꿈
창문 밖은 이제 온통 너의 얼굴
산과 들을 닮은 이마와
연못처럼 비밀스러운 두 눈을 바라보네
입술 사이로
우리의 체온을 머금은 바다가 빛나고
잔잔한 물결이 발끝을 간질이는데
너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 바람 속에
들풀과 꽃
나무와
계절
끝없이
펼쳐지는 생명을 보았네
모든 사랑인 것들을
가지 않고도 만날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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