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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표정
    쓰다 2020. 4. 3. 06:30

     

     

     

     

    우리 집 맞은편 휘어진 굴뚝 뒤로

    색종이처럼 파란 대낮을

    유유히 가르는 흰 구름 무리

    굴뚝을 받치고 있는

    벽돌들은 그 움직임에 따라

    노르스름해졌다가 희어지길 반복한다

    벽돌의 변화하는 빛깔은

    오늘의 표정이며

    이 지역의 안녕을 알리는

    창문 너머의 유일한 현실이므로

    안부를 묻듯 그 소식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정지해있는 그 풍경과 나 사이가

    어딘가 모호해질 때

    이따금 나뭇가지는

    그곳에 아주 입체적인 차원이 있음을 선포하듯

    몸을 흔든다

    정지한 것들이 깨어난다

    그 사이 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벽돌의 민낯이 드러난다

    굴뚝에 새 한 마리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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