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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맞은편 휘어진 굴뚝 뒤로
색종이처럼 파란 대낮을
유유히 가르는 흰 구름 무리
굴뚝을 받치고 있는
벽돌들은 그 움직임에 따라
노르스름해졌다가 희어지길 반복한다
벽돌의 변화하는 빛깔은
오늘의 표정이며
이 지역의 안녕을 알리는
창문 너머의 유일한 현실이므로
안부를 묻듯 그 소식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정지해있는 그 풍경과 나 사이가
어딘가 모호해질 때
이따금 나뭇가지는
그곳에 아주 입체적인 차원이 있음을 선포하듯
몸을 흔든다
정지한 것들이 깨어난다
그 사이 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벽돌의 민낯이 드러난다
굴뚝에 새 한 마리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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