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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으로 가는 길
    쓰다 2020. 7. 7. 12:16

     

     

     

     

    아버지여,

     

    정욕적인 세상의 눈으로 밖에 당신의 사랑과 베풀어주신 은혜를 가늠하지 못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교만 대신 겸손이 아닌 열등감으로, 정죄 대신 긍휼과 헤아림이 아닌 자기부정으로 살아갑니다.

    번뇌를 회개로 착각하며 죄에 사무친 어둠의 나락에서 빛으로 걸어 나오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가 매사의 사고와 행동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지 못해서 찬양과 감사의 소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내 모습에 대한 비난과 질타만이 진동합니다.

    이 땅에서 성실하게 인내와 노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 권리와 자격, 영역을 개척해가듯이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는 방식도 세상의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멀어질 뿐입니다.

     

    아버지,

     

    나의 상처는 나의 온당한 권리를 주장해 주고 변호해 주는 유일한 열쇠였음을 돌아봅니다.

    누군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기라도 하면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고귀한 것을 위해 몸을 불사른 용사처럼 나는 자랑스러웠습니다. 

    무고하고 연약한 나를 몰라주는 세상과 다툰 흔적이었고

    마음을 얻기 원했던 모든 사람들의 매정한 실수가 남긴 흉터였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이 신과 세상과 사람과 이념을 단정 짓고 반항적으로 돌아서서 죽음을 택한다는 게

    대단히 교만한 죄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제 생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서

    채울 수 없었던 정욕을 사무치게 바라보았습니다.

    피해자를 연기하면서 아버지의 가슴을 찢고 가족과 친구의 화평을 깨트렸습니다.

    이런 남루한 착각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침묵 속에서 고통받으셨을 아버지. 지금도 나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계시나요?

     

    아버지여,

     

    나를 아버지 품으로 부르소서.

    아버지의 조건 없고 한결같은 사랑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하소서.

    이 땅에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의미와 완전한 속죄의 축복으로 분노와 절망과 자책에서 일으키소서.

    아버지 나를 찾으러 오소서.

    나는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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